[북 일러스트] 메멘토 노라 (한겨레 틴틴)

2011. 12. 19. 02:40mypictures/손으로


 

메멘토 노라 (Memento Nora)

앤지 스미버트 (지은이) | 강효원 (옮긴이)
한겨레틴틴 | 2011-12-09
일러스트 : 김한조



테러가 일상화된 가까운 미래 사회, 거대 기업이 권하는 달콤한 유혹 ― “기억 상실 클리닉에서 근심을 잊으세요!”

고통과 더불어 진실까지 잊는 사람들을 향한 메시지

“메멘토 ― 기억하라!” 

버지니아 공대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앤지 스미버트의 첫 번째 장편소설. ‘2011 청소년도서관협회 선정 도서’로 뽑혔으며, 청소년문학협회(YALSA) 선정 ‘2012 최고의 청소년 소설’ 후보에 올랐다. 

테러가 일상화된 가까운 미래, 사람들은 집안에 보안 장치를 설치해 두고, 안전한 자동차 서비스 없이는 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더 안전한 주택단지로 이사하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9.11 테러와 금문교가 폭발하는 사건을 경험하고, 이후 일상화된 테러의 공포를 잊기 위해 사람들이 선택한 방법은 치안과 보안 강화, 그리고 TFC(Therapeutic Forgetting Clinic) 즉, 기억 상실 클리닉을 찾아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는 것. 
기억 상실 클리닉에서 자신의 기억을 이야기하고 알약 하나를 삼키면 나쁜 기억들을 말끔히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화창한 날, 쇼핑을 하다 서점이 폭발하는 광경과 함께 눈앞에 떨어진 시체 한 구를 목격하게 된 노라 역시, 엄마 아빠의 권유로 TFC를 찾게 된다. 하지만 노라는 TFC에서 엄마가 잊고 싶어 하는 기억에 대해 알게 되고, ‘기억하라’고 말하는 미카를 만나며 과연 이 모든 것을 잊어도 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일상화된 테러와 모든 것을 잊어버리라고 권하는 TFC에 어떤 음모가 있음을 감지한다.
한겨레틴틴의 문학선 ‘틴틴 다락방’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고통과 더불어 진실까지 쉬 잊어버리는 현대인들을 향해 묵직한 메시지와 질문을 던진다. 

‘빨간 약’과 ‘파란 약’의 새로운 변주-기억 상실 클리닉에서 근심을 잊으세요 VS 메멘토
고통스러운 기억을 굳이 간직할 필요가 있을까. 끔찍한 세상의 본질을 제대로 바라보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매트릭스]에서 우리가 맞닥뜨렸던 어려운 질문, 그리고 ‘파란 약’의 유혹은, 사실 영화 속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끔찍함과 본질에 대한 외면’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유혹이며, 실제로 우리는 쉽게 ‘파란 약’의 달콤함에 빠져들고 만다. 쉽고, 편안하며, 고통스럽지 않으므로.
그러므로 [메멘토 노라]가 보여 주는 세상은 알약 하나로 나쁜 기억을 잊을 수 있는 가까운 미래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이며, ‘빨간 약과 파란 약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하겠냐’는 오래된 질문의 한 변주일 것이다. 그 질문에 열너덧 살 청소년, 노라와 미카, 윈터는 [매트리스] 속 네오처럼, 두려움에 떨면서도 담담히 ‘빨간 약’을 선택한다. 모두가 잊어버릴 때, 고통스럽지만 ‘기억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비로소, 아무 이유도 없이 일어나는 폭발 사고와 쉽게 고통을 잊으라고 권하는 TFC, 그럼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굴러가는 쇼핑센터와 세상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과연 사람들이 잊어야 했던 것은 무엇일까.

‘일상화된 테러’의 공포가 지배하는 사회― ‘9.11 테러’와 ‘금문교 폭발’ 이후
‘9.11 테러’와 ‘금문교 폭발’ 이후, 도심에서는 ‘테러연합’의 소행으로 알려진 폭발 사고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매일같이 상점과 자동차가 폭발하면서 치안과 보안은 더욱 중요해지고, 부자들은 더 안전한 주택단지로 이사하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채 몇 년씩 기다리거나 곳곳에 보안장치를 설치한다. 또, 백화점이나 학교에 갈 때조차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자동차 서비스를 이용한다. 마음껏 거리를 거닐 수도 없는 이 살벌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사람들이 택한 것은 TFC(Therapeutic Forgetting Clinic), 즉 ‘기억 상실 클리닉’. 
TFC를 찾아 자신의 끔찍한 기억을 털어 놓고, 알약을 하나 삼키면 두려움을 잊고 평온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9.11 테러와 금문교 폭발을 목격한 이들, 폭발 사고를 경험한 이들은 어김없이 TFC를 찾는다. 그리고 테러의 심각성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 TFC는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난다. 
여느 날처럼 시내 서점이 폭발하고, 눈앞에서 남자의 시신을 본 노라 역시, 아빠의 권유로 처음으로 TFC를 찾는다. 하지만 그곳에서 우연히 동급생 ‘미카’를 만나고 약을 삼키지 않는 미카로부터 ‘메멘토(기억하라)’라는 메시지를 전달받는다. 게다가 노라는 상담을 받던 중, 엄마가 그동안 아빠의 폭력을 잊기 위해 정기적으로 TFC를 찾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엄마조차 잊어버리는 ‘엄마의 비밀’을 기억하기 위해 약을 삼키지 않는다. 
부모님의 ‘비밀’로 혼란에 빠진 노라와 의문의 자동차 사고를 당한 미카, 미카의 오랜 친구이자 ‘조직’의 거대한 음모에 부모님을 빼앗긴 윈터는 ‘테러연합’의 소행으로 알려진 일련의 폭발 사고들에 무엇인가 석연찮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비밀을 알리기 위해 만화책 [메멘토]를 만들어 돌리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마침내, ‘테러연합’의 소행으로만 알고 있었던 폭발 사고들에 거대 기업(어쩌면 국가)의 음모가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고통과 더불어 진실까지 잊는 사람들
미국(아마도 뉴욕)에서 살아가는 십대들의 일상을 다룬 청소년 소설 <메멘토 노라>는 ‘알약 하나로 손쉽게 잊고 싶은 기억을 잊을 수 있는’ 첨단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메멘토 노라>가 보여 주는 가정 폭력, 계급에 따른 분리, 정보로부터의 소외, 끔찍한 현실에 눈감고 고통과 공포 속에서 소비에만 더욱 열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까운 미래 사회라기보다 현대 미국 사회, 아니 더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보편적인 현대 사회의 알레고리로 읽힌다. 
사회가 사람들, 특히 ‘약자’들에게 저지르는 폭력에 눈감고 아름다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문 뒤로’ 들어갈 수 있었던 노라가, 이제껏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고, 보이지 않았던 세계에 눈떠가는 모습은 아주 흥미롭다. 
[메멘토]를 만드는 노라와 미카, 윈터의 ‘위험한 시도’는 어느 모험 소설에서도 맛보기 힘든 긴장감을 선사하며, ‘기억하는 쪽’을 택함으로써 고통스럽지만 사회의 본 모습에 눈떠가는 십대 청소년들의 모습은 훌륭한 성장소설의 면모를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순을 맹렬히 비판하는 사회 비판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특히 미카가 노라를 잘 알고 있었던 데 반해, 노라가 TFC를 찾기 전까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미카와 윈터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세상과 약자들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치부하는 기득권의 상징으로까지 읽힌다!) 
손쉽게 외면하고 기억을 지워 평온함을 보장받는 대가로, 고통과 함께 진실, 자신들의 정체성이나 주체성마저 잊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훌륭한 질문을 던지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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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디자인 : 신용주 선생님



올해는 네 번의 북 일러스트와 한 번의 음반재킷 일러스트  (어쨌든.... 신장개업인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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